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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웨나 버드 : 러쉬의 공동 창립자가 전하는, 신념을 지키며 일하는 법 | 250203

by 해적거북 2025.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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로웨나 버드 : 러쉬의 공동 창립자가 전하는, 신념을 지키며 일하는 법
로웨나 버드 : 러쉬의 공동 창립자가 전하는, 신념을 지키며 일하는 법

 

로웨나 버드는 런던의 첫 러쉬 매장을 직접 열었어요. 그곳에서 지금 우리가 만나는 러쉬의 매장 경험을 디자인했죠.

마치 과일처럼 입욕제들을 쌓아놓고, 물에 풀어 색깔과 향을 보여주고, 비누로 손을 씻겨주며 손님과 대화하는 방식 말이에요.

이 아이디어는 어떻게 나왔을까요. 로웨나의 기획 의도를 물었습니다. 그는 “백화점처럼 깔끔한 분위기를 보여주고 싶지 않았다”고 하더군요. 

 

“백화점 매장의 제품들은 너무 잘 정돈돼 있어요. 만져도 되나, 하는 마음이 들 정도죠. 우리는 시장통 같은 분위기를 원했어요. 사람들이 편히 제품을 집고 냄새도 맡고 써볼 수 있게요.”

 

로웨나는 평소 좋아하던 가게들에서 아이디어를 얻었어요. 단골 와인 샵에선 와인 정보가 적힌 칠판을, 근처 폴 스미스Paul Smith 매장에선 짙은 나무 선반을 눈여겨봤죠. 커다란 치즈 덩어리를 쌓아둔 치즈 샵과 유리병에 알록달록 캔디를 담아둔 디저트 가게에서도 아이디어를 얻었대요.

 

“우리는 모두 시장을 좋아했어요. 언제나 분주하고, 볼거리가 가득하고, 들어가 보고 싶은 곳이죠. 우리는 바로 그런 경험을 매장에서 만들고 싶었어요. 

궁극적으로는 매장이 극장theater처럼 느껴지길 바랐어요. 누군가 입욕제를 물에 던져 넣고, 당신이 무엇을 원하는지 귀 기울여주는 곳이요. 우리는 그걸 ‘친절의 오아시스’라고 불러요.”

 


 

돈을 번다, ‘돈보다 더 중요한 것’ 위해서

사실 러쉬는 매장 경험보다 더 강한 정체성을 다져왔습니다. 바로 사회 운동Social Campaign이죠. 로웨나 버드가 한 팟캐스트에서 “우리는 사업을 위해 캠페인을 하는 것이 아니라, 캠페인을 하려고 사업을 한다”고 말했을 정도예요.

러쉬의 공동 창립자들은 1977년 첫 회사 ‘콘스탄틴&위어’를 세웠을 때부터 사회적 사명이 남달랐어요. 동물 실험을 하지 않는 원료만 썼고, 환경 보호 캠페인에 동참했죠.

2000년대 중반부턴 앞장서서 사회적인 메시지를 던져왔어요. “동물 실험을 조장하는 법안에 반대한다”며 유럽의회 앞에서 분뇨를 던지고(2006년), “여우 사냥을 금지하라”며 여우 분장을 한 직원들이 시위에 나서는가 하면(2010년), 성소수자 인권을 지지하며 “우리는 사랑을 믿는다We believe in Love”는 문구를 매장에 내걸기도 했죠(2014년).

화장품 회사가 왜 이런 주장까지 펼치는 걸까요? 계기가 있대요. 2006년 로레알L’Oreal의 더바디샵 인수. 당시 더바디샵의 단골들은 불매 운동을 벌이기도 했어요. 동물실험을 하지 않고 환경을 보호하려는 더바디샵의 가치관이, 대기업인 로레알에선 유지되기 어려울 거라 봤거든요.

 

“우리는 모두 지구를 지키는 일에 열정을 보여왔어요. 더바디샵과 협력할 때부터 그랬죠. 하지만 더바디샵이 로레알에 매각되면서, 그 노력이 이어질 수 없다고 봤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저희가 직접 사회 운동을 시작하기로 했죠.”

 

자연스레 궁금해지는 건 캠페인의 주제들이에요. 이들은 어떻게 뜻을 모을까요? 창립자끼리만 논하지 않는다고 해요. 회사의 핵심 리더 40여 명이 모인 회의체가 있습니다.

회의체 이름은 마피아Mafia. 평소엔 비즈니스 논의가 오가지만, 어떤 사회 운동을 벌여야 할지 토론하기도 해요. 치열한 설득 끝에 캠페인 진행 여부를 놓고 투표하죠. 이때 선택받은 메시지가 러쉬의 캠페인이 돼요.

 

“물론 돈을 버는 건 중요해요. 돈이 없으면 러쉬를 운영할 수도 없을 테니까요. 하지만 돈보다 더 중요한 게 있습니다. 적어도 우리는 윤리보다 돈을 우선시하지 않는다는 거예요.”

 


 

타격을 입더라도 하고싶었던 이야기

러쉬의 캠페인 대부분은 비즈니스에 직접적인 도움을 주지 않아요. 심지어 어떤 캠페인은 적잖은 타격을 줍니다. 2021년 11월에 시작한 ‘소셜 미디어 중단 캠페인’이 대표적이죠.

러쉬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틱톡 계정 운영을 갑자기 중단했어요. ‘다른 곳에서 만나요’라는 글귀만을 남긴 채로 말이에요. 2년 만에 잠깐 돌아와서는, SNS를 비판하는 카드뉴스를 올리기도 했어요. “인스타그램이 당신에게 말해주지 않은 사실들”이라는 경고였어요. 다른 브랜드와는 반대의 길이죠. 

우려의 목소리도 컸습니다. 커다란 홍보 수단이 사라졌으니까요. 소셜 미디어 중단으로 러쉬의 실적이 성장하지 못한다는 분석도 나올 정도였죠. 이 결정에 후회는 없을까요? 

 

“물론 회의에서도 많은 반대 의견이 있었어요. 하지만 우리를 사랑해 주는 어린 고객을 떠올리며 결정을 내렸습니다. 그들이 러쉬를, 우리가 의도하지 않은 디지털 세상에서 발견하길 바라지 않았거든요.”

 

로웨나는 특히 인스타그램의 이미지 필터와 쇼핑에 중독되게 만드는 환경을 지적했어요. 

 

“소셜 미디어에선 많은 화장품들이 ‘당신의 외모를 완전히 다른 것으로 바꿔주겠다’고 강조합니다. AI가 만든 이미지, 필터를 입힌 가짜 이미지를 내세우면서요. 사실 지구상에 그런 크림은 없어요. 우리는 그런 헛된 꿈이 가득한 곳에서 우리를 알리고 싶지 않았어요.

또 소셜 미디어에는 ‘두 개를 사면 하나를 공짜로 주겠다’는 유혹도 넘쳐요. 우리는 사람들이 욕실에 우리 제품을 쌓아두길 원치 않아요. 그건 환경에도 좋지 않거든요.”

 

의도는 이해가 됐어요. 하지만 홍보 채널이 줄어든 건 변하지 않잖아요? 러쉬는 지금 어떤 대안을 찾고 있을까요? 

 

“기본으로 돌아가야겠죠. 우리는 우리가 무엇을 하고 있는지, 어디에서 왔고 어디로 가는지 기억해야 합니다. 

팬데믹이 끝난 뒤, 가게에 새로운 사람들이 찾아오고 있어요. 다시 고객의 말을 직접 귀 기울여 듣고, 그들을 위한 제품을 만들려고 합니다. 그들을 꿈꾸게만 할 게 아니라, 실제로 도움이 되는 제품을 만드는 일에 집중하는 거죠.”

 


 

함께 할 사람을 찾는 러쉬만의 기준이 있습니다. 우선 ‘선입견 버리기’.

외모나 경력을 보고 사람을 판단하지 않는 거죠. 마크 콘스탄틴은 한 인터뷰에서 “피어싱, 수염, 문신, 염색 같은 걸 따지지 않고 사람들을 뽑는다”고 말한 적이 있어요. “열정, 즉 얼마나 러쉬와 함께 일하고 싶어 하는지를 제일 중요하게 본다”는 겁니다. 

또 다른 기준은 ‘함께 어울리고 싶은 사람인가’입니다. 로웨나는 “크리스티나(우미령 러쉬코리아 대표)도 그렇게 파트너가 됐다”고 말했죠. 

우미령 대표는 2002년, 다섯 명의 후보와 경합해 러쉬의 한국 사업권을 얻었어요. PPT를 잘 다루지 못해, 손으로 5개년 계획서를 써낸 후보자였죠. 그는 명동에 러쉬 매장을 열어야 한다며, 심사단과 함께 명동 거리를 돌아다녔어요. 함께 길거리 음식을 사 먹기도 했죠.

 

“파트너를 찾을 때 중요한 기준은, ‘내가 이 사람을 좋아할 수 있을까?’라는 거예요. 먼저 ‘저녁을 같이 먹고 싶은 사람인가?’를 생각해 보세요. 자금력이나 기술은 그다음 문제죠. 

그렇게 해서 만난 다음에 중요한 건, 함께 일하는 사람을 좋아하고 존중하는 거예요. 그래야 일이 나중에도 잘 풀립니다.”

 


 

대신 로웨나는 ‘열심히 일한다는 의미’도 짚었어요. 그는 “나는 ‘그 일’은 못 하겠다는 생각을 줄여보라”고 했어요. “냉정히 보면, 일은 자신이 아닌 회사가 필요로 하는 것”이라고 말했죠.

 

“저도 뷰티 테라피스트로 시작해 사업이 커지면서 100가지 넘는 일을 맡았어요. 박스 옮기기, 제품 진열은 물론 직원 교육과 화장실 청소까지 했죠. 예상 밖 요청도 많았지만, 그럴 때마다 저는 늘 ‘알겠다yes’고 말했어요.

여기서 제가 말하고 싶은 건 ‘큰 그림’이에요. 사실 일은 내가 아닌 회사를 중심으로 돌아가요. 회사가 필요로 하는 일을 먼저 해야, 결국 내가 해보고 싶은 일까지 할 수 있죠.

하지만 적잖은 분들이 일은 ‘내 중심’으로 돌아가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슬프게도 그렇지 않아요. 그러니 큰 그림 속에서 여러분이 앉을 자리를 찾았으면 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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