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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생각쓰기 : 챗GPT가 대체할 수 없는 글이란 | 250201

by 해적거북 2025. 3. 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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글쓰기 생각쓰기 : 챗GPT가 대체할 수 없는 글이란
글쓰기 생각쓰기 : 챗GPT가 대체할 수 없는 글이란

 

‘자기 자신’을 내놓아야만 대체 불가능하다

글을 쓸 때는 ‘자기 자신’에 대해 이야기하라. 저자가 글쓰기에서 가장 강조하는 내용입니다. 

저자는 과학 칼럼조차도 ‘글쓴이’라는 사람을 느낄 수 있어야 좋은 글이라고 했습니다. 지식을 잘 담는 걸 넘어, 그 지식에 대한 글쓴이의 열정 같은 게 느껴져야 한다는 거죠.   

 

“궁극적으로 글 쓰는 이가 팔아야 하는 것은 글의 주제가 아니라 자기 자신이다. 나는 전에는 한 번도 흥미를 느끼지 못했던 과학 분야의 글을 재미있게 읽는 경우가 종종 있다. 

이때 나를 사로잡는 것은 자기 분야에 대한 글쓴이의 열정이다. 그는 왜 그 문제에 끌렸을까? 그는 그 문제에 대해 어떤 감정을 품고 있을까? 그것이 그의 삶을 어떻게 바꾸었을까?”_18p

 

어떤 글을 읽는데 글쓴이의 마음이 느껴지고 궁금해진다면? 잘 쓴 글이라는 겁니다. 사람들이 관심 없는 주제도 쉽게 읽게 만드는 글이 되죠. 

 

“이것이 좋은 글쓰기의 핵심이다.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가장 중요한 두 가지가 여기에서 나온다. 바로 인간미와 온기다. 좋은 글에는 독자를 한 문단에서 다음 문단으로 계속 나아가도록 붙잡는 생생함이 있다.”_18p

 

이 지점에서 저는 ‘사람의 글’이 가진 힘을 말하고 싶습니다. 최근 글쓰기 강의를 하면 생성형 AI에 대한 질문을 꼭 받아요. ‘챗GPT 시대에 내가 글을 잘 쓰는 게 의미 있느냐’는 식이죠. 

전 확신을 갖고 답합니다. 아무리 챗GPT가 많은 정보를 모아 글을 유려하게 쓰더라도, ‘내 이야기와 내 생각’은 결코 써줄 수 없을 거라고요.   

예를 들면 이런 거죠. 나의 모든 기억과 추억, 감정과 생각을 AI가 알 수 있을까요? 물론 어느 정도는 데이터로 바꿔 AI에게 입력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러나 제 안에서 우러나오는 기억의 장면과 내면의 가치관, 시시각각 변하는 생각을 모두 AI가 알 수는 없을 겁니다. 내 안의 모든 걸 품고 글로 푸는 건 오로지 ‘나 자신’뿐이죠. 

그렇기에 AI 시대에 ‘내 이야기’는 더 빛날 수 있어요. 내 이야기를 온전히 담은 글이 희소해지고 있으니까요. 저자도 마치 이를 예측하기로 한 듯, 인간미와 온기가 글에 필요하다고 강조했죠.

저는 글과 독자와의 관계를 이렇게 정의합니다. 독자들이 내 글을 읽을 때 기대하는 건, ‘나라는 사람과의 만남’이라고요. 저도 글을 쓸 때 이것을 잊지 않으려 노력합니다. 

 


 

과감하게 ‘나’를 써라

하지만 일기도 아닌 글에 ‘나’를 쓰려면 어색합니다. 과거엔 ‘내가 나타나지 않아야 글을 잘 쓰는 것’이라는 통념이 있기도 했고요. 

저자는 사람들이 글에 ‘나’를 표현하길 꺼리는 이유를 이렇게 분석했습니다.

 

“글을 쓰는 사람들이 ‘나’를 쓰게 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그들은 자기 감정이나 생각을 드러내기 위해서는 무슨 특별한 권리라도 있어야 하는 것처럼 여긴다. 아니면 자기중심적이거나 품위가 없어 보인다는 것이다. (...) 

내가 보기에 ‘나’를 피하는 새로운 이유가 있다. 사람들이 되도록이면 불리한 처지에 빠지려 하지 않기 때문이다.”_35~36p

 

즉, 품위가 없거나 너무 자기중심적으로 보일까 봐 ‘나’를 쓰지 않는단 겁니다. 스스로를 내세웠다가 반박을 당해 곤란해질까 봐 두렵기도 하고요. 

그럴수록 저자는 ‘나’를 내세워 글을 쓰길 강권합니다. 글쓰기란 독자와 나 사이에서 이뤄지는 ‘친밀한 거래’이기 때문이죠. 젠체하며 한발 물러나는 척한 글보다, 나의 이야기를 솔직하게 담은 글이 독자에게 더 가까이 다가간다는 뜻이죠. 

 

“글쓴이는 확실히 일인칭으로 쓸 때 가장 자연스러워 보인다. 글쓰기는 종이 위에서 이루어지는 두 사람 사이의 친밀한 거래이며, 거기에 인간미가 담겨 있는 만큼 성공을 거두게 마련이다. 그래서 나는 사람들에게 일인칭으로 쓰라는 이야기를 자주 한다.”_34p

 

저 역시 책이나 SNS에서 ‘나’를 드러내는 글을 쓰려고 합니다. 저는 페이스북과 인스타그램 등에 매일 제 생각과 경험을 올려왔습니다. 

주제는 대부분 ‘나’와 연결됩니다. 글쓰기 모임에 참여하며 느낀 환대, 가족과 다녀온 여행에서 마음에 남은 순간, 대세 드라마를 보다가 뇌리를 떠나지 않은 장면과 같은 것들이죠. 예를 들면 이렇게 글을 시작하곤 합니다. 

 

“「오징어게임2」의 첫 화에서 본 딱지맨(공유)의 모습이 며칠간 머릿속에서 떠나질 않는다. 광기 어린 연기에 깜짝 놀라기도 했고, 그 역할의 의미에 대해 계속 생각해 보게 된다. (...)
_2025년 1월 3일, 정지우 작가의 페이스북에서 

 

이처럼 우리 시대의 글쓴이는 독자에게 ‘말을 걸어야’ 합니다. 절대적인 진리나 지식을 독자에게 가르치거나, 강요해선 안 되죠. 가치관의 다변화, 취향의 개인화, 주관주의의 ‘대범람 시대’에 들어섰기 때문입니다. 어떤 생각이나 느낌도 절대적이지 않죠. 

어떤 글을 써야 하나 여전히 고민되시나요. ‘나’를 내세울 걸 권하고 싶습니다. “나는 그저 나의 이야기를 들려줄 뿐”이라는 마음이면 충분합니다. 대신 독자의 주관성은 존중하면서요. 

 


 

물론 이렇게 하면 세상의 모든 독자를 내게 데려올 수 없습니다. 하지만 그래도 괜찮습니다. 글은 절대로 모두를 만족시킬 수 없기 때문이죠.

100명 중 90명이 내 글을 좋아하지 않아도 괜찮습니다. 내 글에 호응할 100명 중 10명을 찾으면 되죠. 우리나라에만 해도 500만 명쯤은 있겠군요. 저는 이것을 글쓰기에서의 ‘10% 법칙’이라 부르기도 합니다.

결론적으로 좋은 글을 쓰려면 ‘나 자신을 위해’ 써야 합니다. 적당히 남들 마음에 드는 이야기를 쓰는 게 아닌, 내 안의 가장 깊은 진심에 닿는 글을 써야 하죠. 그러면 타인의 가장 깊은 마음에 닿게 될 것입니다.

 


 

저자의 조언은 여기서 끝나지 않습니다. 실용적인 조언도 아끼지 않죠. 그중 하나는 “도입부에 신경 쓰라”는 것입니다.

 

“어떤 글에서건 가장 중요한 문장은 맨 처음 문장이다. 첫 문장이 독자를 둘째 문장으로 끌고 가지 못하면 그 글은 죽은 것이다. 그리고 둘째 문장이 독자를 셋째 문장으로 끌고 가지 못하면 마찬가지로 그 글은 죽은 것이다. 

이렇게 독자가 완전히 걸려들 때까지 한 문장 한 문장 끌고 가는 것이 글의 가장 결정적인 부분인 도입부이다.”_55p

 

글의 첫 문장은 독자가 그 글을 읽을지 안 읽을지 결정하는 키key입니다. 영상처럼 우리를 유혹하는 것들이 넘쳐나는 요즘, 첫 문장이 읽히지 않으면 독자는 곧장 다른 곳을 볼 겁니다. 

그럼 어떤 첫 문장이 독자의 관심을 붙잡을까요? 저자는 자신이 잡지 『라이프Life』 썼던 칼럼 「그런 닭 소시지는 안 된다」라는 글의 첫 문장을 예로 들었습니다. 

 

“나는 가끔 핫도그에 뭐가 들어가는지 궁금했다. 지금은 알지만, 차라리 모르는 편이 나았다.”_57p

 

짧은 두 문장이지만, 다음이 궁금해지죠. 첫 문장을 읽고 나면 다음 문장을 읽게 해야 하고, 또 그다음 문장을 읽게 해야 합니다. 저자는 참신함과 진기함, 역설과 유머 등 무엇이라도 활용해 독자를 붙잡으라고 말합니다. 

 

“도입부는 도발적인 생각으로 독자를 사로잡은 다음 서서히 정보를 늘리면서 독자를 붙들고 다음 문단으로 나아가야 한다. 정보의 역할은 독자들이 흥미를 느끼고 여행이 끝날 때까지 붙어 있도록 하는 것이다.”_237p

 


 

저자는 야구선수 조 디마지오Joe DiMaggio*를 성실함의 사례로 소개합니다. 그가 봤을 때, 조 디마지오는 ‘가장 편안하게 경기하는 선수’였다고 해요. 큰 힘을 들이지 않고도 최고의 수비를 펼치는 모습에 연신 감탄했다고 합니다.
*1930~1940년대 뉴욕 양키스의 프랜차이즈 스타 야구선수. 리그 MVP 3회, 전 시즌 올스타전 출장, 월드 시리즈 우승 9회를 기록했다. 

저자는 조 디마지오 인터뷰의 한 대목을 인용했어요. 조는 “어떻게 하면 그렇게 잘할 수 있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이렇게 답했습니다.  

 

“저는 늘 제가 뛰는 모습을 한 번도 본 적이 없는 사람이 관중석에 적어도 한 명은 있다는 생각을 해요. 그 사람을 실망시키고 싶지 않았습니다.”_281p

 

글쓰기도 마찬가지라고 생각합니다. 매 순간 이걸 내 글을 한 번도 읽지 않은 사람이 있다고 생각하는 거죠. 자기 자신의 진실을 쓰면서도 독자의 입장을 고민하는 태도를 갖춘 겁니다. 

 


 

저자는 타자기에서 워드프로세서로 바뀌어 글을 쓰기 쉬워졌고, 인터넷과 이메일이 등장하면서 빠르게 많은 글을 쓰게 됐다고 말합니다.

하지만 글쓰기에 대해서만큼은 이렇게 썼죠. “글을 막힘없이 술술 써낸다고 해서 글을 잘 쓰는 것은 아니”_10p라고요. 쉽게 쓰는 문장 중 무엇을 버리고 남길지는 스스로 깨달아야만 한다는 뜻이었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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