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생산성’이라는 키워드에 매몰되지 마라
먼저 데이비드는 생산성productivity을 다시 정의해 보자고 말합니다. 생산성에 대한 그의 해석은 이렇습니다. “원하는 것을 이루는 게 생산적인 것이다.”
“우린 자꾸만 뭐든 더 많이 해내려고 합니다. 그럴 필요 없어요. 저는 그저 내가 원하는 걸 이루면, 생산성이 높다고 봅니다. 예컨대 휴가지에 왔는데 다른 일 때문에 쉬지 못했다면? 그건 비생산적인 휴가죠. 파티를 갔는데 재미가 없었다면? 비생산적인 파티고요.”
쉽게 말해 많은 사람들이 ‘일 많이 하는 사람=생산성 높은 사람’이라고 오해한단 거예요. 그럼 부작용이 명확하다고 합니다. 지금 꼭 해야 할 일도 못하는 사람이 된다는 거죠.
“사람들은 내 앞에 일이 쌓여 있어야만 ‘생산적인 상태’라고 생각해요. 그러니 자꾸 일을 늘리고, 스트레스받고, 또 무리하게 일하죠. 전 이런 상황을 ‘불안이 배경처럼 깔려있는 것Ambient Anxiety’이라 표현합니다.”
그럼 어떻게 해야 오해에서 벗어날까요? 데이비드는 말합니다.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하는 ‘강박’의 원인부터 생각해 보자고요.
“사람들이 생산적이어야 한다고 생각할 땐, 대체로 내 일을 통제할 수 없을 때예요. 지금 하는 일에 몰입하려면, 내 일이 잘 통제되고 있다는 편안한 마음이 필요합니다.”
GTD도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해요. 머릿속 공간을 통제해 늘 ‘맑은 상태’로 만드는 게 목표죠. 명상이 떠오른다고요? 정확해요.
머릿속을 맑게 만드는 일의 시작은 ‘수집’이다
GTD는 5단계로 나눌 수 있어요. 수집Capture과 명료화Clarify, 정리Organize, 그리고 검토Reflect와 실행Engage.
이중 ‘수집’과 ‘명료화’를 하나씩 주목해 볼까요? 두 단계를 잘 잡아야 다음이 수월하거든요.
먼저 수집은 ‘생각을 모으는 단계’예요. 지금 내 머릿속에 있는 생각을, 기록할 만한 곳에 적어두는 거죠.
방법은 단순해요. 예를 들어 회의 중 ‘퇴근하고 요거트를 사 먹어야겠다’는 생각이 떠오르면? 일단 노트나 스마트폰 메모장에 쓰는 거예요. 같은 내용이 머릿속에 맴돌지 않도록요.
퇴근길 요거트, 너무 사소하다고요? 하지만 이것 역시 ‘내가 원하는 것’이에요. 데이비드는 아무리 사소해도, 내가 원하거나 해야 하는 것이면 지나치지 말라고 하죠. 머릿속에 이물질처럼 쌓여있음 안 되니까요.
물론 모든 생각을 다 적을 순 없겠죠. 데이비드는 더 구체적인 제안을 건넵니다. “두 번 넘게 곱씹는 생각을 수집하라”고요.
가령, 연인과 말다툼을 했는데, 자꾸만 신경 쓰인다? 그럼 ‘집에 돌아가 사과하기’라고 쓰라는 거예요. 지금 당장 집중해야 할 ‘중요한 일’은 따로 있을 테니까요.
“많은 사람들이 지금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일에 ‘필요 이상으로’ 몰입합니다. 수집의 핵심은, 지금 집중하지 않아도 되는 것들을 빠르게 적어서 머릿속에서 빼내는 거예요. 그렇지 않으면 뇌는 계속해서 에너지를 빼앗깁니다.”
이메일과 슬랙, 카톡을 오가며 기록하지 마라
기록할 ‘공간’을 찾는 것도 중요해요. 데이비드는 수집 공간을 최소화하는 게 중요하다고 일러둡니다. 그러면서 우리가 빠지기 쉬운 두 가지 함정을 이야기했죠.
① 채널 크립Channel Creep 현상. 기록을 남길 채널이 너무 많은 경우예요. 이메일과 카톡, 슬랙뿐 아니라 인스타그램 저장, 링크드인 북마크까지 활용할 수 있으니까요.
② 블랙홀Black Hole 현상. 다양한 경로로 수집해놓고, 다시 보지 않는 경우죠.
“당신이 확인해야 할 채널이 수두룩하다면, 문제가 있는 겁니다. 그 모든 걸 보는 것만으로도 에너지를 써야 하거든요. 그럼 수집한 걸 점점 확인하지 않게 될 테고요. 생각을 수집할 채널은 하나로 통일하는 게 어떨까요?”
행동을 그려낼 수 있어야, 제대로 일할 수 있다
수집 다음은 명료화예요. 명료화란, ‘다음 행동’을 확실히 정하는 걸 의미해요. 데이비드는 이게 GTD에서 ‘가장 중요한 작업’이라고 꼽죠. 날 것의 정보가 실행으로 이어지는 단계이니까요!
예컨대 한 브랜드 경험 기획자가 있어요. 지난 주말 한 팝업스토어에 입장하려고 줄을 섰는데, 현장 스태프가 종이컵을 건넨 뒤 따뜻한 블랙커피를 따라줬죠. “기다리는 동안 조금이라도 몸을 녹이세요”라면서요.
이 순간이 인상 깊었던 기획자, ‘우리 브랜드 행사에도 따뜻한 뭔가를 주는 경험을 만들어야겠다’고 기록에 남겼어요. GTD를 아는 사람이라면, 그다음은 어떻게 해야 할까요?
다시 정보를 확인할 때, 다음에 뭘 할지 정해보는 거예요. 만약 여름에 브랜드 팝업스토어를 열기로 했다면? ‘시원한 컵빙수 나눠주기’라고 쓰는 거죠. 여기서 끝이 아니에요. 더 구체적일수록 좋죠. ‘컵빙수 300인분에 필요한 금액을 계산해 보기’로요.
“모호하지 않게 쓰는 게 중요합니다. 안 그러면 쓸 때마다 막연한 버킷 리스트를 적는 것 같을 거예요. 그러다 보면 자꾸 미루겠죠.
가령 ‘연말 정산하기*’라고 쓰면 쉽게 손이 안 갈 겁니다. 대신 실행 가능한 구체적인 행동으로 쪼개야 해요. ‘연말 정산 때 낼 기부금 증명서 신청하기’처럼요.”
*데이비드는 세금과 관련한 언급을 했으나, 한국 상황에 맞춰 연말 정산 사례로 바꿔 정리했다.
하나 더, 데이비드는 이런 행동을 정할 때 ‘2분 룰’을 지킨다고 해요. 2분도 안 걸리는 일과, 2분 넘게 걸리는 일을 구분하는 거죠.
“할 일을 정리하다 보면, 2분도 안 걸리는 일이 보여요. 이메일에 ‘확인했다’는 단순한 회신을 보내는 것, 회의 일정을 잡는 것, 친구한테 생일 축하 문자를 보내는 것 등이 있죠. 이런 일은 정리되는 즉시 쳐내면 됩니다.”
굳이 나누는 이유는 간단해요. GTD의 ‘효용감’을 만들기 위해서죠. 2분도 안 걸리는 일을 해낸 뒤 ‘완료’ 표시를 하면, 내가 GTD를 잘 지키고 있다는 마음을 가질 수 있으니까요.
물론 이 모든 걸 하루아침에 해내긴 어려울 거예요. 데이비드도 말해요. GTD가 만병통치약은 아니라고. 단, 일하는 마음의 체력을 키우는 데 도움이 될 거라고 했죠.
“인생을 다 계획했다고 생각하시나요? 분명 내가 모르는 일이 수시로 나타날 겁니다. 그러니 항상 재평가하고, 조정해야 해요. 새로운 상황에 적응하려면 ‘물과 같은 마음mind like water’이 필요합니다. 머릿속 공간을 비운 덕에 마음이 가벼워져, 어디에도 압도당하지 않는 마음이죠.”
데이비드는 마지막으로 조언해요. 생산성 높이는 법을 고민하는 건 좋지만, 우리의 뇌를 ‘사무실’처럼 쓰지 말라고 했죠. 우린 일만 하며 사는 존재가 아니니까요.
“여러분의 머리를 오피스처럼 쓰지 마세요. 우리의 뇌와 마음은 아이디어와 생각을 떠올리는 곳이지, 일하려고 존재하는 곳이 아니니까요.
여전히 생각이 바뀌지 않는다면, 지금 펜과 종이를 들고 10분간 여러분을 신경 쓰게 하는 모든 걸 적어보세요. 그래야 긴장을 풀고 머리가 제 역할을 할 수 있습니다. 아무 방해도 받지 않는, 창의적이고 직관적인 ‘진짜 생각’을 말이죠.”
'스크랩 > 롱블랙' 카테고리의 다른 글
어른을 위한 『어린 왕자』 : 껍데기만 어른 같다고 느낀 당신을 위해 | 250128 (4) | 2025.03.17 |
---|---|
디비피아X포엠매거진 : “잘 될 거라 확신했다” 시와 논문으로 SNS 뒤흔든 이들 | 250124 (2) | 2025.03.14 |
맷 에이브러햄스 : 말하기 전문가, “말 잘하고 싶으면, 최대한 평범해져라” | 250123 (3) | 2025.03.14 |
투썸플레이스 : 스초생⋅아박, 디저트에 이름을 선물해 실적 반등을 이루다 | 241112 (0) | 2025.03.13 |
리사 제노바 : 20년 기억 연구자, “우린 왜 기억력 높이기에 집착할까요?” | 250118 (2) | 2025.03.13 |
댄 에리얼리 : “돈 문제, 고통스럽나요?” 행동경제학자의 조언 | 250113 (0) | 2025.03.13 |
인플루언서 : 사람들은 왜 ‘살아 있는 광고판’이 되길 자처하나 | 240921 (1) | 2025.03.12 |
댓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