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지만 희망은 종종 오해받습니다. 철없는 감정으로 여겨지거든요. “다 잘 되겠지”라거나, “그런 건 잊어버리자”라고 현실에서 도피하는 마음으로요.
그래서 리베카 솔닛은 희망의 정의를 바로잡으려 합니다.
“희망은 모든 것이 과거에도 좋았고 현재에도 좋고 미래에도 좋을 것이라는 믿음이 아니다. ‘모든 게 잘 돼가고 있어’라는 식의 화창한 서사도 아니다. 희망은 우리가 하는 일이 (언제 어떻게, 누구와 무엇에 영향을 미칠지는 미리 알 수 없다 해도) 중요하다는 믿음이다.”_10~11p
중요한 건, 희망이 눈에 띄지 않는단 거예요. 솔닛은 희망을 ‘버섯’에 비유하죠. 눈에 보이지 않는 균들이 땅속에 자리 잡고, 비가 오면 소리 없이 슬며시 자라나니까요.
그래서일까요? 우린 자주 “희망이 안 보인다”며 하소연해요. 특히 희망을 강하게 원할수록, 더 큰 절망에 빠져버리죠.
완벽은 없다는 말. 조금 허탈하게 들리시나요?
솔닛은 그럴 때 ‘나방’을 생각해 보라 말합니다. 나방은 하늘의 달과 별을 ‘이동에 필요한 지향점’이라 여기며 살아요. 그런데 도시에선 가로등이 길을 헤매게 만들죠. 끝내 열기에 타 죽고 맙니다. 지향점이 순식간에 도착지가 됐기 때문이에요.
“이 날벌레들에게는 목표에 도달하는 것이 곧 재앙이다. 행동가들이 하늘을 지표면의 이동에 필요한 하나의 관념이 아니라 도달해야 할 목표라고 오해할 때, 그들은 스스로 불에 타 사라지거나 전체주의적 유토피아를 세워 그 속에서 다른 사람들이 불에 타게 만든다.”_196p
완벽할 수 없어 희망할 수 있다. 솔닛이 강조하는 핵심 메시지입니다. 항상 더 나아질 수 있다는 ‘여지’가 있을 때, 우리 삶도 활기를 띠니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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